[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재건축 관련 호재 소식에도 역부족이에요. 주택시장 전체가 하락세다 보니 급매물 아니면 거래가 어렵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대표)
주택시장 거래절벽이 계속되면서 강남의 대표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은마아파트도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매매시장은 물론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도 받지 않는 경매시장에서도 외면받는 분위기다. 지난달 서울시 정비계획안 심의를 19년 만에 통과하며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집값이 내려가며 2년 반 만에 가장 낮은 가격으로 실거래됐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전용면적)는 지난 8일 17억7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는 지난달 8일 19억9000만원에 매매되면서 2년 만에 20억원선 아래로 내려온 지 불과 한 달 만에 또다시 가격이 2억2000만원 더 떨어진 것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최고가인 26억3000만원보다 8억6000만원 내려간 가격으로, 2020년 5월 최저가(17억6600만원)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한 셈이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4424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다. 2003년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설립되고 2010년에는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하지만 사업 추진이 늦어지면서 추진위 설립 이후 20여년이 지난 올해 8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조건부 승인' 결정을 받았고, 지난달 19일에는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문턱을 넘어섰다.
이처럼 정비계획안이 통과되면서 재건축 기대감은 커졌지만 연이은 가격 하락국면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대치동 B공인 관계자는 “지난달 도시계획위원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에 매수 문의 전화가 늘어났지만, 생각보다 거래량은 크게 늘지 않았다”라며 “저렴한 가격에 나온 급매물을 노리는 수요가 대부분이라 일반 매물은 쌓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재 은마아파트 해당 평형의 매물은 19억원 초반부터 22억원까지 호가가 형성돼있다.
84㎡ 물건 5년 만에 경매시장에 나왔지만… 응찰자 없어 ‘유찰’
이러한 분위기는 법원경매시장도 마찬가지다.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0일 경매시장에 나온 은마아파트 84㎡ 물건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됐다. 감정가 27억9000만원인 이 물건은 다음 매각일인 다음 달 15일에 최초 감정가보다 20% 떨어진 최저가 22억3200만원에 다시 나올 예정이다.
기존에는 강남구 일대 물건이 경매시장에서 인기가 높았다. 경매로 물건을 취득할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대치동 일대는 지난 6월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심의안을 원안 가결하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효력이 1년 연장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은 강남구 재건축 단지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R114 통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16주 연속 하락·보합하며 해당 기간 동안 0.44%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0.60%)과 0.16%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수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기존의 상승장과 달리 지금과 같은 주택시장 하락기에는 재건축 단지도 수요자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여겨지기 어렵다”라며 “금리인상 등으로 자금조달 비용도 커지면서 투자 부담이 커진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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